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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아동센터 생활

나는 공익이다.

오늘은 살짝 나는 가수다 느낌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새벽 3시에 술에 약간 취한 채로 글을 쓰는 거라서

평소보다 더 이상한 글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요즘엔 블로그에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그저 저의 삶에 대해서 담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글이 나올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22살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를 하고 있는 그저 평범한 남자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다른 남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일반적인 군 복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검사 4급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생활을 대신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 공익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것이 좋은 점이라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군대에 들어가서 사회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출퇴근하며 일상생활을 하고

군대에서 흔히 받는 훈련을 받지 않고 행정,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여기서 저의 글을 많이 읽으셨던 분이라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아동센터에서는

"공익은 꿀이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근무지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최근 저의 글에서 제가 공익이 힘들다는 글과 함께 "현역 군인들보다 힘들 수도 있다"라는 말을 함께 써서

여럿 현역분들의 미움을 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고, 저의 주변에도 당연하게 현역인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현역인 분들이 얼마나 힘겹게 군생활을 지내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저의 공간이고 저의 생각을 많이 담으려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역분들의 공감보다는 저의 생각을 많이 담으려다 보니 글을 그런 식으로 썼는 것 같네요.

1년 6개월 동안 고생하셨을 현역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술도 조금 마셨겠다 여포식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역보다 힘든 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입니다.

먼저 현역분들에 대한 공감을 한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현역분들 밤에 불침번 서느라, 훈련하느라, 선임 눈치 보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보고 싶은 거 못 보고, 신체적인 힘듦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힘듦이 엄청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현역분들이 훈련을 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행동은 무슨 아무 의미도 없이 무지성으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글 쓰다 보니 현역분들 많이 화나시겠네.. 하지만 난 멈추지 않지)

현역분들이 연병장만 봐도 아무런 이유 없이 화가 날 수 있다면

저희는 아무 이유 없이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거기에 더해 현역분들이 훈련을 한다면 저희는 알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합니다.

피아노, 한자, 공예, 요리 등등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이런 걸 왜 하지 라는 생각이 저를 감싸기 시작하죠.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이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불과하고

아이들에게서도 유행을 하고 있더군요. 심지어는 오징어게임 4화도 본 것 같은데..

그래서 저희 센터장님은 아이들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오징어게임을 기획하였습니다.

큰 이벤트는 아니고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정도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여기서 딱지치기를 위한 딱지를 누가 접느냐? 바로 저희 공익입니다.

뽑기를 위한 달고나를 누가 만드냐? 바로 저희 공익입니다.

저희 공익들의 2시간의 결과입니다.

저게 무슨 2시간이나 걸리나 싶겠지만 저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더라고요..

뭐 조금 고생했다 이 정도로 넘어가고, 저게 고생한 만큼이나

드라마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원했는데

이게 잘만든 건지, 아님 잘못 만든건지 손짓 몇 번에 달고나가 떨어져 나가고 뽑기가 잘 되더라고요..

그러고 고생해서 접은 딱지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갖고 놀지도 못하고 버려졌습니다.

다음은 평소에 하던 프로그램이지만 오랜만에 글에 실어보았습니다.

바로 요리수업입니다.

아이들이 참가하는 요리수업인 만큼 어렵지 않고 간단한 요리들을 만드는 수업입니다.

최근 빼빼로데이 때 빼빼로를 만들거나,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만들었든 수업입니다!

이번엔 제가 딱히 힘든 점은 없었지만 수업에 참가할 아이들이 부족해서

선생님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그중 한 명이 저였기에 글에 실어보았습니다.

이 수업 때는 정말 별 거 안 하고 요리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 하면 되었기 때문에

할 말은 많이 없습니다! 그냥 곰돌이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었다 정도로 인식하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걸 하면서도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네요ㅎㅎ

귀엽죠?

물론 수업 전 세팅과 수업 후 뒤처리는 모두 저희 몫이랍니다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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