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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아동센터 생활

지역아동센터 공익 근무 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22살 성인 남자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모두 받는 신체검사에서 4급을 판정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 중입니다.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거나 해병대 등 조금 힘든 군생활을 보내신 분들이라면

공익 복무 중이라고 하면 "에이 거저먹네." , "꿀 빨러네" 등등 반응이 다양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지금 약 5개월 정도 근무 중인데

현재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편해진 군대보다는 힘들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대를 나오신 분들이라면 군대 안에서 어떤 것이 용납이 안되고

화가 나는 상황일까요?

후임이 잘못을 했는데 내가 털릴 때?

후임이 말을 못 알아 들었을 때 "예?"라고 답할 때?

여러 일들이 많겠지만 계급사회인 군대 안에서

후임이 선임에게 반말이나 욕을 하는 하극상을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일반적인 사회에서도 유교사상을 따르는 우리나라에서

요즘은 한두 살까지는 친구라고 하더라도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

손윗사람에게 존댓말을 하고 예를 갖추는 것 정도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고 자라는데

난생처음 보는 초등학생이 여러분들에게 반말을 하고

때로는 "일을 왜 그렇게 해요.", "근무시간에 뭐하시는 거예요?"

같은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습니까?

 

기분이 나쁘겠죠. 당연히 나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셔야 할 점은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고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반말을 하는 것 까진 오케이.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점이

그렇다고 해도 저희는 아무 말도 못 한다는 거예요.

가만히 곧이곧대로 스트레스받는 말을 듣고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오늘 있었던 일은 아이가 부엌에서 장난을 치다가

유리 주전자를 깼는데 오히려 혼나는 건 저와 저의 선임이었습니다.

이렇듯 위아래로 만만한 것이 저희 같은 공익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회생활하시면서 중간에 끼여있는 느낌을 받아보신 분이라면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스트레스받고 오면

하루가 끝나 있고 집에 와서도 일상을 보내지 못할 정도로

지쳐서 거의 쓰러져 있다가 잠에 듭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지 않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센터장님이나 사회복지사분들 같은 윗사람이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웬만한 일로는 화를 참고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는 것,

완벽히 통제가 안되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는 것 정도 있겠네요.

 

하지만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저에게 아이를 다루는 것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가끔 들긴 합니다.

 

아동센터와 별개로 공익 근무를 하면서 생기는 이점은 확실합니다.

사회에 있다는 것.

퇴근 후에는 자기만의 시간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퇴근 후에도 일에 시달리듯이

피곤해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일이 조금 편한 근무지라면 퇴근후에도 물론이고

의지만 있다면 근무 중에도 개인적인 공부를 하면서

남들이 군대에서 2년의 시간을 버릴 때 조금이라도 앞서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물론 이 장점 또한 잡을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일 뿐이지

막상 찾아보면 공익 2년의 시간을 자기 계발하는 시간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현재 컴활 1급을 딴 상태이고 올해 말까지 전공 관련된 자격증을 하나 준비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들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라면 2년간의 계획을

대충이라도 세워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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